[성명] 삼성 재벌과 정부·국회는 원·하청 구조를 개혁하고 국내 산업·일자리를 보호하라!- 삼성전자 2026년 임금 및 성과급 합의에 부쳐(26.5.23)

삼성전자 노사의 2026년 임금 및 성과급 합의는 단순한 기업 내부의 갈등 봉합이 아니다. 이번 합의는 한국 사회의 왜곡된 원·하청 구조와 불평등한 산업생태계, 그리고 AI 시대 자본주의의 지속가능성 문제를 드러낸 사건이다.

우선 삼성전자의 성장과 막대한 이윤이 과연 하청·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삶 개선으로 이어졌는가. 그렇지 못하다. 원청은 초과이윤을 독점하는 반면, 하청과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고용불안과 산재 위험을 떠안고 있다.

이 같은 원·하청 구조와 공급망 체계는 거래상의 불공정을 넘어 강자독식을 구조적으로 고착화한 산업 질서이다. 원청은 기술과 납품단가, 생산 물량을 통제하며 이윤을 집중시키고, 하청업체는 생존을 위해 노동비 절감 경쟁으로 내몰린다. 그 결과 산업생태계 전체는 양극화되고, 대기업의 성장이 중소기업과 노동자들의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왜곡이 반복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삼성을 비롯한 초국적 대기업들의 막대한 해외투자가 국내 산업기반 자체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전략에 발맞춰 미국 현지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대미 투자는 국내 생산 기반 축소와 산업공동화로 이어진다.

첨단 제조업 생산시설과 연구개발 거점이 해외로 이전될 경우 국내 부품·장비·소재 산업과 연계된 수많은 중소 협력업체들의 생존 기반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양질의 제조업·연구개발 일자리가 해외로 이전된다면, 청년 고용 위기와 수도권·지역경제 침체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미 청년실업과 불안정 노동 확대, 지방 산업 붕괴라는 구조적 위기를 겪고 있지 않는가.

특히 청년 체감실업률은 공식 실업률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안정적 제조업 일자리 축소는 청년층의 사회경제적 불안정을 더욱 키우고 있다. 반면 대기업들은 대미 투자 확대를 통해 막대한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확보하면서도, 국내 고용과 산업생태계 유지의 사회적 책임에는 태만하고 있다.

이는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외의존적 외자·재벌 중심의 한국 자본주의 전체의 구조적 위기이다. 대기업은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지만, 그 과정에서 국내 산업과 노동, 지역경제의 지속가능성은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다. 성장의 과실은 극소수 거대 자본에 집중되는 반면, 대다수 노동자와 청년세대의 삶은 더욱 불안정해지고 있다.

AI 시대는 이러한 모순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생산성과 이윤은 급증하지만, 그 성과가 사회적으로 재분배되지 않는다면 기술 발전은 노동 배제와 대중 궁핍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기술혁신의 혜택이 독점 자본에 집중되는 가운데 대다수 노동자가 실업·반실업 상태로 내몰린다면, 자본주의의 위기는 더욱 심각한 양극화와 사회 불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문제 해결을 ‘성과를 함께 나누자’는 도덕적 호소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원·하청 구조와 산업생태계를 개혁하는 법·제도·정책이 절실하다. 납품단가 연동제 강화, 원청의 사용자 책임 확대, 동일노동 동일임금 제도화, 하청노동자의 단체교섭권 보장이 실현되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재벌의 무분별한 대미 투자에 대한 사회적 통제와 국내 투자·고용 유지 의무 강화 역시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국가의 막대한 세제 지원과 산업 지원을 받는 대기업이라면 국내 산업기반과 청년 일자리 유지에 대한 책임 또한 분명히 져야 한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노조는 노동자의 단결과 투쟁에 합류하고 사회적 연대에 적극 나서야 한다. 동시에 양대 노총도 이번을 계기로 대기업·정규직 중심 노동운동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고,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청년세대의 요구까지 어떻게 대변할 것인지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정부의 태도 또한 비판받아 마땅하다. 정부는 노사 자율 교섭을 지원하기보다 ‘긴급조정권’ 발동을 거론하며 노동자들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훼손하는 태도이며, 국가 권력이 자본의 이해를 우선시한 행태에 다름 아니다. 동시에 정부는 국내 산업기반과 청년 일자리 보호보다 글로벌 독점자본의 이해를 우선하는 정책 기조를 재검토해야 한다.

이번 삼성전자 노사 합의는 임금 협상의 마무리가 아니라, 한국 산업구조의 근본 문제를 다시 묻는 출발점이어야 한다. 원청만 성장하고 하청은 붕괴하는 경제, 초과이윤은 집중되고 대중의 삶은 불안정해지는 경제, 그리고 대기업의 해외 이전으로 국내 산업기반과 청년 일자리마저 약화되는 경제는 결코 지속 가능할 수 없다.

이에 우리는 기업 내부의 노사 문제를 넘어, 원·하청 구조와 산업생태계 전반을 재편하고 국내 산업과 노동, 지역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와 제도 개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를 바라면서 다음과 같이 강력히 촉구한다.

– 삼성 재벌은 원청만이 아니라 하청 노동자의 임금·성과급, 이윤의 사회적 환원에 나서라!

– 정부·국회는 불공정 원·하청 구조 개혁, 국내산업·일자리·노동권·민생경제 보호에 나서라!

– 삼성전자노조는 원청만이 아닌 하청 노동자 지원, 노동자 총단결, 사회적 연대에 나서라!

–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한계를 극복하고 비정규직 철폐와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에 전력을 다하라!

2026년 5월 23일

자주연합 노동위원회(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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