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무역협상이 타결되었다. 정부는 이를 두고 “국익을 지킨 실용외교의 성과”라 자화자찬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강도 같은 횡포와 압박에 굴복하여, 경제·산업·일자리 주권과 주권자 국민의 민생 경제를 통째로 내맡긴 굴욕적 거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협상을 시작도 하기 전에 일방적으로 25% 관세 폭탄을 예고하며 한국을 위협했고, 한국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무려 3,500억 달러(약 487조 원)의 대미 투자와 1,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LNG 수입을 약속하며 굴복했다. 이는 단순한 무역 조건 조정이 아니라, 한국의 전략산업을 미국의 이익을 위해 제공한 자본·기술·일자리 이전 선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대통령은 “호혜적 결과”라며 이번 협상이 양국 간 윈윈이었다는 식으로 포장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협정 직후 직접 나서 “투자처는 내가 선택하고, 수익의 90%는 미국이 가져간다”고 선언했다. 한국 정부가 국민의 세금과 기술, 노동력을 바쳐 미국 경제 살리기의 하청자로 자처한 꼴이다.
트럼프의 이번 협상 방식은 그야말로 경제주권을 겨냥한 압박·협박 외교의 전형이다. 협상이라고 부를 수조차 없는 이번 결과물은, 국제통상규범을 무시한 미국의 일방주의와 이를 수용한 한국 정부의 종속성이 만들어낸 공동 책임의 산물이다.
이 협상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15% 상시 관세 체제의 고착화이다. 이는 관세 장벽을 일상화하고, 한국 수출 산업의 경쟁력을 구조적으로 약화시키는 결정이다. 한국은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 주요 수출 품목에서 일본·EU보다 결코 유리하지 않은 조건에 묶이게 되었으며, 철강·알루미늄·구리에 대해서는 여전히 50% 고율 관세를 적용받는 상황이다.
조선업에 대한 1,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도 문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경쟁력을 갖춘 한국이, 정작 미국 내 조선소 재건을 위해 자금과 기술을 이전하고 그 수익의 대부분을 미국에 헌납하는 구조는, 전략산업의 해외유출이자 자립기반 해체의 신호탄이다. 더구나 트럼프는 ‘대통령이 지정하는 투자처’라는 식으로 사실상 정치적 간섭과 이권개입까지 공언하고 있다.
에너지 부문에서도 탈탄소 시대로 가는 전환기에 미국산 LNG 1,000억 달러 수입을 약속한 것은, 환경정책의 후퇴이자 무역수지를 악화시키는 재앙이다. 이는 국내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과 배치되며, 에너지 주권마저 미국에 넘긴 결정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이 모든 내용이 국민적 논의나 국회 동의 없이 비밀리에 강행된 밀실 협상이라는 점이다. 경제주권과 산업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합의를 미국의 강압에 맞춰 서둘러 처리한 이번 협상은, 민주주의 절차와 헌법 원칙까지 훼손한 졸속 외교다.
또한 2주 이내 있을 한미정상회담까지 추가 통상협상과 국방비 방위비 인상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재명 정부는 미국의 일방적이고 부당한 통상압박과 내정간섭에 맞서 경제주권과 군사주권을 지키기 위해 당당히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엄중히 요구한다.
첫째, 미국의 경제 패권주의와 트럼프 정부의 압박 외교를 강력히 규탄한다.
한국은 미국의 식민지가 아니다. 미국의 일방주의적 무역 압박에 침묵하거나 굴종하는 자세는 국격과 주권을 훼손하는 것이다. 이제 미국의 군사·경제 종속국에서 벗어나야 한다.
둘째, 정부는 이번 협상 내용을 전면 공개하고, 국회 비준을 받으라.
투자처 결정권, 수익 배분, 품목별 관세 조정 등의 조항은 모두 헌법상 국회 동의 사항이다. 정부가 이를 회피한다면 위헌 논란은 피할 수 없다.
셋째, 자주적 산업전략과 외교 기조로 전환하라.
미국 의존형 산업 재편은 한국 경제의 위기를 가속화할 뿐이다. 국내 산업 생태계 회복, 내수 기반 강화, 브릭스를 비롯한 비동맹권과의 다변화된 외교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
한국 경제는 한 번의 협상으로 무너지지 않는다. 하지만 국익을 가장한 종속적 협상과 트럼프식 압박 외교에 자발적으로 편승하는 순간, 미래 세대의 산업 주권과 일자리는 송두리째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이번 협상이 자주외교를 저버린 굴욕 외교였음을 강력히 규탄하며, 이재명 정부의 전면적인 통상외교 기조 수정을 촉구한다.
2025년 7월 31일
자주연합 준비위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