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케빈 김 주한 미국대사 대리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직접 만나 “대북 제재 유지”와 “조율된 대북 메시지”를 요구했다. 이는 통상적인 외교적 소통의 범위를 넘어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 결정 과정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내정간섭 행위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남북관계 복원 의지를 밝히고, 정 장관이 대화 재개를 위해 한미군사연습 조정을 언급한 상황에서, 미국 측이 이를 사실상 방해한 것은 심각한 주권 침해이다.
무엇보다 이번 접촉은 대북 제재 관련 주무 부처가 아닌 통일부 장관을 상대로 미국이 직접 정책 방향 수정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외교부가 아닌 통일부 장관을 지목해 제재 유지 입장을 전달한 것은, 한국 내부의 대북 정책 기조까지 조정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미국이 한국의 자주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경계하고, 한미협력이란 이름으로 한국의 자율성을 제한하려고 한 것이다.
더구나 김 대사대리는 한·미 공조 강화를 위해 한국 외교·안보 라인과의 만남을 정례화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곧 한국의 정책 발언과 행동을 사전에 통제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문재인 정부 시기 ‘한미워킹그룹’의 재가동을 연상케 한다. 당시 워킹그룹은 남북 철도·도로 연결, 인도적 지원, 이산가족 사업, 개별 관광 구상 등 거의 모든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사실상 멈추게 만들었고, 한국의 남북 대화 추진 공간을 극도로 축소시켰다.
만약 이번 케빈 김 주한 미국대사 대리의 제안대로 ‘정례적 한미 정책 공조 회의’를 갖고 “메시지를 조율”하는 구조가 공고화된다면, 이는 명백히 워킹그룹 2.0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대북 정책은 공개되기 전에 미국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기에, 남북관계는 미국의 전략과 북미관계에 철저히 종속될 것이다.
미국의 이런 태도는 대북 제재 환경의 변화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중국의 거부권 행사로 유엔 안보리 제재가 사실상 무력화되었고, 미국의 독자 제재와 5.24조치 같은 한국의 대북 제재만이 남았다. 그러나 제재의 실효성은 이미 한계를 드러냈다.
그럼에도 한국이 선제적인 대북 화해 조치를 검토할 때마다 미국이 ‘속도 조절’을 요구한다면, 북미·남북 대화의 공간은 다시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미국의 대북 전략 일부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직접적 당사자이다.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은 우리 국민의 안전과 평화에 기반하고, 남북 간 신뢰 회복과 관계 개선을 위한 방향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결코 외부의 압력이 그 방향을 제약해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외교적 해프닝이 아니라 한국의 외교·안보 주권에 대한 압박이다. 문재인 정부 시기 워킹그룹이 남북 관계의 발목을 잡았던 경험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이재명 정부는 한미공조를 명분으로 한 정책 통제 요구에 단호히 선을 그어야 한다. 그리고 실질적 남북 대화 복원과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자주적인 대북 정책을 결행해야 한다.
- 케빈 김 주한 미국대사 대리는 내정간섭·주권침해 행위 사과하라!
– 미국은 대북제재와 전쟁연습 중단하고 대북적대정책 철회하라!
– 이재명 정부는 남북관계 방해하는 제2의 한미워킹그룹 구성을 거부하라!
2025년 1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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