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디찬 감옥에서도 지켜낸 신념과 가족 사랑, 후대가 이어야 할 삶의 기록”
95세 비전향장기수 임방규 선생 옥중서신집 출판기념회 열려

(사진1) 비전향장기수 임방규 선생 출판기념회가 24일 오후 6시 프란체스코회관에서 안학섭 선생, 김영식 선생, 양희철 선생, 김영승 선생을 비롯해 각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비전향장기수 임방규 선생의 옥중편지 ‘추운 겨울이 있기에 봄은 아름답다’ 출판기념회가 24일 오후 6시 프란체스코회관에서 안학섭 선생, 김영식 선생, 양희철 선생, 김영승 선생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행사는 1부 개회 및 축하, 2부 낭독 및 책 소개 순서로 이어졌다. 1부에서는 여는 말과 민중의례, 내빈 소개에 이어 권낙기 선생,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이동균 씨, 송혁성 씨가 축사를 전했으며, 작가 소개 영상도 상영됐다.

(사진2) 권낙기 통일광장 대표가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권낙기 대표는 축사를 통해 “이 책은 임방규 선생님의 성격과 품성, 인격이 그대로 드러난 훌륭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30년, 40년 차디찬 감옥에서 신념과 의리를 지킨 선생님들의 투쟁은 오늘 우리가 이어야 할 뿌리와 같다”며 “그 뜻을 계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3)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가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이동균 씨는 자신의 결혼 당시 임방규 선생이 첫 주례를 맡아준 인연을 소개하며 고마움과 감사의 뜻을 전했다. 가족 대표로 인사한 송혁성 씨도 가족을 대표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2부에서는 자주연합 청년위원회 소속 청년학생들의 낭독과 책 소개가 이어진 가운데, 정일민 서울시립대 학생과 김영빈 연세대 학생은 임방규 선생의 옥중서신과 책 속 주요 구절을 낭독했다.

(사진4) 자주연합 청년위원회 소속 청년학생들의 낭독과 책 소개가 이어진 가운데, 정일민 서울시립대 학생과 김영빈 연세대 학생이 임방규 선생의 옥중서신과 책 속 주요 구절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정일민 학생은 임방규 선생이 어머니와 조카에게 보낸 편지를 낭독했다. 첫 번째 글 ‘어머님께 올립니다’에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존경, 가족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담겼다. 임 선생은 편지에서 어머니의 건강을 기원하며 자신은 건강하게 지내고 있으니 안심하라고 전했다.
두 번째 글 ‘혁성아 보아라’에서는 고난 속에서도 스스로를 다잡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강조됐다. 임 선생은 “곤란이 올 때 곧 수습하고 해결 방법을 찬찬히 강구하곤 한다”고 적으며,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태도의 중요성을 전했다.

(사진5) 안계섭 민중가수가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이어 김영빈 학생은 책 속 교훈적인 구절 가운데 청년학생들이 귀 기울여야 할 내용을 발췌해 읽었다. 낭독문은 “인류가 어떻게 살아왔고 세계사 속에서 우리 민족이 어떻게 살았는가를 철저히 배워야 한다”며 역사적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 미래를 준비하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오늘이 없는 내일은 없다”며 현재의 삶과 꾸준한 노력이 미래를 결정한다고 전했다. 이어 “눈을 똑바로 뜨면 어디에나 스승이 있고 배울 소재가 있다”며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6) 출판기념회 참석자들이 축하를 전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낭독문에서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강한 의지, 노동의 가치, 갈등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해결하는 태도, 민족과 공동체에 대한 책임 의식도 주요 메시지로 제시됐다. 특히 “개인의 수명은 길어야 백 년에 불과하지만 민족의 생명은 영원하다”는 구절을 통해 후대와 이어지는 삶의 의미와 민족 사랑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이날 낭독은 가족애와 인간적 성찰, 역경을 대하는 자세를 함께 나누는 시간으로 진행됐으며, 청년 세대가 역사 의식과 자기 성찰, 공동체적 책임감을 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사진7) 송연형 통일광장 사무국장이 책 소개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송연형 통일광장 사무국장은 책 소개를 통해 임방규 선생의 옥중서신집이 약 7개월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 3월 출간됐다고 밝혔다.
송 사무국장은 1999년 임방규 선생의 주례로 결혼한 뒤 30여 년간 인연을 이어왔다고 소개하며, 임 선생이 2019년 자서전과 답사기를 출간한 뒤부터 옥중서신집 출판을 준비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5년 8월 전달받은 자료가 서신 원본과 동일한 복사본 4부, 수정 흔적이 담긴 원고, 필사를 시도하다 중단한 노트 등이었다고 밝혔다. 당시 임 선생은 허리와 허벅지 통증, 혈뇨 증상으로 치료를 받는 상황에서도 출간 작업을 이어갔다고 전했다.
원고 정리와 타이핑 작업은 약 한 달간 진행됐다. 송 사무국장은 주변의 도움을 받아 퇴근 후와 주말 시간을 활용해 원고를 입력했고, 이후 10차례 이상 반복해 검토와 교정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해가 어려운 표현에는 각주를 달고, 현대 사전에 없는 단어는 1970년대 국어사전을 참고해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출판 직전 임방규 선생이 마지막까지 원고를 직접 살펴보다 오타 하나를 잡아내 치명적인 실수를 막아냈다고 전했다.
책 분량은 최종 670쪽으로 결정됐다. 당초 일부 서신만 추려 250쪽 안팎으로 출간하는 방안도 검토됐으나, 원고 곳곳에 담긴 감정과 삶의 지혜, 가족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덜어내기 어렵다고 판단해 전체 분량에 가깝게 출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송 사무국장은 임 선생이 출판 과정에서도 주변 사람들을 배려했다고 전했다. 그는 “임 선생은 출판사와 계약하면서도 출판사의 경제 사정을 여러 차례 걱정했다”며 “출판사 대표 역시 뜻깊은 일인 만큼 수익을 우선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이 책은 7개월간의 준비를 거쳐 2026년 3월 16일 공식 발행됐다. 송 사무국장은 “사회안전법의 실상을 알리고, 그로 인해 고통받은 비전향장기수의 처절한 가족사와 사회사를 더 많은 사람들이 읽고 알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진8) 임방규 선생이 작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임방규 선생은 작가 인사말을 통해 “젊은 후배들은 자기 생각을 관철하기 위해 끝까지 싸워나가야 한다”며 “어려운 고비를 넘겨 나갈 때 아름다움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끄럽지 않게 잘 살았다는 것에 대해 기쁨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며 “나는 마지막 순간에 이러한 후배들을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원진욱 자주연합 조직위원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참석자들의 축하와 인사 속에 전체 기념사진 촬영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사진9) 출판기념회는 참석한 가족들의 열렬한 지지와 응원 속에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한편 임방규 선생은 1932년 전북 부안에서 태어났다. 서당과 초등학교, 고창중학교를 거쳐 성장했으며, 해방 직후 국대안 반대투쟁과 미소공동위원회 재개를 촉구하는 동맹휴교에 참여했다. 이후 민주학생동맹에 가입하며 사회 현실과 마주했다.
1948년 전주공업학교 토목과에 편입한 그는 스스로 학비를 벌며 학업을 이어갔다. 이 시기 변산유격대에서 활동하던 형을 만나 후방 지원 활동을 했다.
1950년 전주공업학교를 수료한 뒤 유격대에 지원해 임실 성수산에 입산했으며, 407부대에서 정치부 중대장으로 활동했다. 1951년 전투 중 중상을 입고 이동하던 중 체포됐고,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1954년 재심 끝에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4·19혁명의 영향으로 20년형으로 감형된 그는 1972년 비전향으로 만기 출소했다. 출소 후 결혼했으나 사회안전법으로 다시 수감됐고, 1989년 사회안전법이 폐지되면서 청주보안감호소에서 석방됐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1977년부터 1989년까지 이어진 두 번째 수감 기간, 임방규 선생이 철창 너머에서 가족에게 보낸 편지들을 엮은 옥중서신집이다. 책에는 절망의 시간 속에서도 가족의 안부를 묻고, 그리움과 사랑을 눌러 담은 애틋하면서도 단단한 삶의 기록이 담겼다.
앞서 임방규 선생은 《임방규의 빨치산 전적지 답사기》, 《비전향장기수 임방규 자서전》 상·하권을 펴낸 바 있다.
